성장하기/도쿄외노자일기

일본에서 이직하기 | 벤더사에서 IT기업으로 이직 성공

수이 Sui 2024. 6. 2. 02:41

4월 말 쯤 부터 본격적으로 이직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두 기업에서 내정을 받았고,

6/1 토요일인 오늘 내정통지서에 서명을 해서 제출함으로서 이직 활동은 최종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입사일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6월 한 달 간 인수인계를 하고, 7월에는 한 달 간 남은 연차를 소진하면서 유럽 여행도 가고, 한국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올 계획이다.


| 이직 이유

 나는 ①업무 내용, ②조건, ③사람 -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현 직장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다. ①업무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클라이언트의 업계나 안건의 내용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인력을 배치할 때 이 사람이 커리어에 있어서 원하는 방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 배정이 이루어지는 점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예를 들면, 부동산 업계 클라이언트의 대시보드를 구축하는 업무와 이커머스 업계 클라이언트의 광고 효과를 분석 업무를 동시에 담당한다던지 (내 얘기).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②조건적인 부분에서는, 일본 정부의 기업에 대한 임금 인상 독려 등을 바탕으로 최근 신입 사원들의 초임이 대폭 상승했는데, 인상폭이 상당해서 실무자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시피 한 것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본에서 신입사원은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키운다는 인식이 보편적인데, 키우는 사람과 키워지는 사람 사이의 처우가 비슷하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③사람의 면에서는, 현 직장은 최근에 브랜딩을 잘 해서인지 대학생들에게 그래도 인기가 있는 편이라 고학력 고학벌인 친구들이 입사를 많이 하는 편인데 (고학력, 고학벌이 똑똑함, 유능함이랑 동의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경력사원들은 블랙기업을 탈출해 온 사람들이 많고 같이 일하면서 이게 맞아..? 하는 순간이 꽤 있어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업 평판 사이트에 비슷한 시기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가 현재 퇴사한 사람이 적은 리뷰에도 이런 내용이 있기도 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고성과자들의 이직 러쉬가 3년차에 대거 벌어지기 때문에,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 듯 하다. 

 또, 하반기에 프로젝트 리더 업무도 조금씩 맡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장르에서 커리어를 계속 쌓아나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원하는 방향으로 시프트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가 되면 결국 리더로서의 성과와 경력을 가지고 이직을 해야할텐데 하반기에 리더가 되어서 언제 또 그걸 쌓나. 그리고 그 성과와 경력이 내가 원하는 방향성이 아닌데.

 

| 기업 선별 기준

①산업 ②기업규모 ③직무 - 세 가지를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했다. ①산업은 그렇게까지 까다롭게 보지 않았다. 제조업, 금융업 등등 일본 기업문화의 진한 액기스! 정수!를 품고 있을 것 같은 산업군만 제외한 정도? ②기업규모 ③직무는 비중을 높게 두었다. 비중을 높게 둔 데에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이번 이직이 내 커리어의 방향성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 2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이직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이직처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만큼, 최소한 몇 년 간은 재직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기에 내 전문성의 근간이 이 곳에서 형성될 것 같다. 또, 데이터를 다루는 직무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야 의미가 있기도 하고 임팩트 있는 일을 좀 해 볼 수 있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다음 번 이직 때 일본에서 계속 지낼지, 한국으로 리턴할 지, 또 다른 나라로 넘어갈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기업마다 문화는 달라도 결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전문성은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앞으로도 수요가 많을 직무 풀에 있어야 하면서, 일본 뿐 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기업에 재직한 경험은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때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 이직 활동의 흐름

 실질적으로 이직 활동을 한 기간은 한 달 정도이다. 내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는 공고가 뜨는대로 전부, 면접에 가야 뭐라도 해 볼 수 있으니 서류 전형의 status가 항상 진행중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했다. 면접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고, 면접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녹음하고 클로바노트로 텍스트 변환 강력히 추천) 지금까지의 경험은 IT컨설팅, 혹은 분석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는데 솔직히 이직 활동 초반에는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와 잘 맞겠다, 이 분야로 가 보고 싶다는 강한 확신이 없어서 둘 다 지원했다. 각각 이직 사유와 지원 동기를 만들어서 면접을 본 결과, 분석쪽이 더 가고자 하는 길과 맞겠다, 이 쪽 면접에서 내가 하는 말을 더 납득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직 활동 3주차 쯤, 컨설팅 직무로 지원한 기업들은 남은 면접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퇴했다. 그리고 4주차 쯤 내가 만족할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두 기업의 오퍼 면담 전에 남아있는 분석 직무로 지원한 기업들의 서류전형과 면접을 사퇴한 뒤, 오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 느낀점

1) 내 가치를 스스로 깎지 말자

 꽤 유명한 에이전트를 두 군데 사용했는데, 상담할 때 두 곳 모두 내 나이가 많다며 꼽줬다. (진짜 꼽줬다라는 단어 말고는 적합한 표현이 없다) 일본은 대학 재학중에 내정을 받고 졸업하자마자 칼취업을 하니 당연히 일본 학생들에 비하면 나이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100세 시대에 20대 후반에 입사 3년차인게 그렇게 나이가 많은가? 이게 나이가 많은거면 40대는 관짝에 누워있을 나이겠다. 무직이다가 30세에 취업하려는 사람이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게 납득이 가지 않았고, 지나서 생각해보니 나이가지고 대충 후려쳐서 적당히 이직시켜서 수수료를 받아먹겠다는 심산아니었을까. 그들이 나에게 나이가 많다고 말해봤자 나는 어려질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 말이다. 어리지 않다는 건 인정하지만 나는 스스로가 나이가 많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고, 취업이고 이직이고 결국 나와 기업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남들이 뭐라든 내가 생각하는 내 가치에 맞추어 지원했다. 그 가치에 합의가 되는 기업에 가면 되는거니까. 결론적으로는 소프트뱅크, 스타벅스, NTT데이터, 사이버에이전트, 라인야후 그룹사, 덴츠 그룹사 등의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내정을 받기도 했다. 만약에 내가 나는 요거밖에 안되는 사람이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이직 활동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남들이 내 가치를 깎아내릴지언정 스스로에게 그런 짓은 하지 말자!

 

2) 꿈을 품고 삽시다

 몇 년 후에 이런 것을 하겠다, 해내겠다 라는 구체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지만, 대충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고 나중엔 이런 걸 해 보고 싶다 라는 구체화되지 않은 꿈 정도는 항상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놀랍게도 어느 정도 생각해 온 대로 삶이 이루어졌고, 어떻게 가능했는가 생각해보면, 오랜 기간동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품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운전대를 본능적으로 그 방향으로 꺾었던 것 같다. 이번에 핀테크 기업에 이직을 하게 된 것도, 자사 서비스 분석을 통해 성장에 기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이런 결정에 이르지 않았을까.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내 방의 서랍 위에는 레코드 플레이어와 스피커와 화병이 놓여있는데, 신기하게도 최근에 발견한, 몇 년 전 일본에 오기 전에 남긴 메모와 그림에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업무에서든 업무 외적으로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싶은지 탐구하는데 시간을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태국무새인 내가 이번 생에 한 번 쯤은 정말로 태국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3) 교환학생 학교 간판에 대해

 이건 이직이랑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교환학생 학교 어디갈까요? 하는 질문에 교환학생 학교 간판은 의미 없으니 놀기 좋은 곳 가세요 라는 의견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서 써본다. 물론 정규 유학생으로 다닌 이력도 아니고, 사회 나와서 대학 시절 간판으로 거드름 피우는 짓은 추하다 생각하지만, 그 몇 글자 덕에 나를 편하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교환학생을 가도 대학 간판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해서, 한국에 취업하러 온 외국인이 상위권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이력이 있는 것과 아무도 모르는 산골짜기에서 교환학생을 한 이력이 있는 것이 정말 똑같다고 생각하는지. 이 사람이 본국에서 뭘 했는지는 몰라도 내가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유추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이직활동을 하면서 면접에서 면접관으로부터 교환학생을 했던 대학교 언급이 있었고, 링크드인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대학 출신 리쿠르터들을 통해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 대학 출신 사람들과 처음 대화를 시작하는 주제가 되었기도 하고. 그 나라에서 취업을 안 한다고 해도, 나는 사람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 해외에 서로 자극이 될 만한 사람들이 생긴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아무튼, 스스로에게 최대한 유의미한 선택을 합시다.

 

2024년 6월 1일의 신주쿠